시원 통쾌한 바닷가 산책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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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공원

소풍의 계절이 돌아왔다. 햇살 가득한 봄날엔 멀리 나가지 않아도 기분전환 할 수 있는 공원으로 나가보자. 좋은 사람과 여유로운 시간만 있다면 공원에서도 얼마든지 근사한 소풍을 즐길 수 있다. 가까운 공원 어디라도 좋을 테지만, 파란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공원은 또 색다른 느낌. 남해를 접한 공원 2곳을 소개한다. 자연 속에서 사색을 즐기거나 공공미술을 즐길수 있는 곳이다.

신이 빚은 자연 정원,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조류인플루엔자의 발생으로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이 한동안 휴식기에 들어갔었다. 관광객이 없어 지역 경제가 매우 어려워졌다. 겨울이면 철새가 날아드는 환상적인 경관을 자랑하는 순천만인지라 이때를 놓친 아쉬움이 크다. 농약을 치지 않는 논에서 먹이를 찾는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무리 지어 노니는 기러기, 흑부리오리를 보려면 다시 겨울을 기다려야겠다. 사람의 방해 없이 편히 쉬다 떠났을 것이고, 다음 해에는 더 많은 철새가 찾아오길 바라본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은 사실 철새가 아니어도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지형적 특성 때문에 더욱 그렇다. S자 곡선의 물길이 아름답다.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 갯벌로 흘러들어 간다. 순천만은 국내 갯벌 가운데 유일하게 염습지가 남아있는 곳이다. 갯벌은 800만 평이나 되는 큰 규모로 수많은 생명의 터전이다.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재해를 막는 기능적인 역할 외에도 순천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새들의 은신처인 갈대 군락과 먹이가 되는 칠면초 군락도 드넓다. 갈대 씨앗이 바람에 날려 온 곳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갈대밭. 바람에 따라 항상 이리저리 흔들린다.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계절별로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갈대가 노래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음은 편해진다. 검은 갯벌에 사는 각양각색 바다 생물과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는 봄의 갈대, 산 너머 붉게 타오르는 노을은 순천을 사랑하는 이유다. 사색을 즐기고 싶을 때, 나무 데크길을 천천히 걸으며 용산 전망대에 오르자. 순천만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에 더 가까이 가고 싶다면 생태체험선에 올라도 좋다. 해설자의 이야기를 곁들여 곡선이 유려한 갯골 따라 바다로 흘러간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내부에는 자연생태전시관과 자연의 소리 체험관, 김승옥과 정채봉을 기리는 문학관, 천체와 새를 관찰할 수 있는 천문대까지 있어 호기심 많은 아이들과 나들이 가기도 좋다.
이번 봄부터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은 순천만 정원과 통합 운영된다. 2013년 성공적으로 국제정원박람회를 치른 박람회장이 “순천만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4월 20일 새롭게 문을 연다. 개장 하루 전인 4월 19일까지 서쪽 문 구역을 무료 개방하므로 참고하자. 두 곳을 오가는 무인궤도 택시인 PRT를 운행하며, 한 장의 입장권(성인 개인기준 5천 원, 단체 4천 원,순천 시민은 50% 할인)으로 두 곳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순천시 순천만길 513-25(대대동) / www.suncheonbay.go.kr / ☎061-749-4007

파도가 발밑을 간질이는 맛에, 부산 민락수변공원

부산 민락수변공원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는 바다를 접한 국내 최초의 수변공원이 있다. 부산사람들 사이에는 광안리 해수욕장보다 야경을 즐기기에 전망이 좋은 곳이라고 알려진 곳이다. 자전거 도로가 잘 닦여있어 자전거로 내달리는 기분도 상쾌하다. 또, 수영구에서는 2005년 APEC 개최를 기념해 매년 불꽃축제도 열린다. 불꽃축제를 즐기는 명당자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여름에 부산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회센터나 활어직판장에서 회 한 접시 포장해 와서 회 한점에 술 한 잔 기울인 추억이 있을지도 모른다.
민락공원은 금련산을 뒤로 둔 민락공원과 길 건너 바다를 접한 민락수변공원으로 나눌 수 있다. 지금 민락공원은 오래된 역사를 뒤로하고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공원 안에 있던 놀이공원 미월드는 폐장했다. 그 자리에 6성급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며, 7.42km에 달하는 광안대교를 따라 도시는 눈부신 야경을 뽐낸다. 3세대 주상복합(고급 초고층 건물)인 마린시티가 자리한 것에 이어 이제는 도시 속 작은 도시라고 불리는 4세대 주상복합이 자리할 예정이다. 야경은 더욱 빛나고 풍경은 더 화려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미래지향적인 풍경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항구의 낭만, 부산의 멋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멀리서도 공원의 위치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민락 어민 활어직판장 주차타워의 어부 초상화는 2012년 ‘그래피티 부산’ 행사에서 ‘헨드릭 바이키르히’라는 독일작가가 그린 것이다. 길고 고단한 삶의 흔적과 시련에 굴하지 않는 희망을 동시에 그려낸 작품으로 어민들은 물론 이곳을 찾은 모든 사람에게 “역경이 없으면 삶의 의지도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물 수선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온 어민 박남세씨가 작품의 모델이다. 작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13 마을미술프로젝트’의 공모 당선작들이 회색빛 수변공원을 아기자기하게 탈바꿈시켰다. 바다에서 육지로 나온 거북이 가족이나 바다를 바라보는 해녀, 시가 적힌 발자국 모양의 조형물 등 11종의 작품이 설치되어 관광객을 맞는다. 공공미술이 사람들의 기억에 또 하나의 추억을 안겨주고 있다. 스탠드에 앉아있으면 만조 때는 발밑까지 바닷물이 들어온다. 용궁을 구경하러가는 토끼가 된 기분이다.
▲광역시 수영구 민락동 광안해변로 361 수영구청 / ☎051-610-4061

 

글 : 윤나래
사진 : 윤나래(순천) 최민지(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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