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등대와 조개가 있는 곳 오이도로 떠나는 조개구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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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

바다는 여름에 가장 붐비지만 계절에 관계없이 가장 각광받는 여행지다. 파도가 밀려왔다 멀어지고 끊임없이 바람이 불어오는 등 바다는 변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계절에 따라 색다른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오이도 바다는 계절뿐 아니라 일몰시간과 물때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겨울에 찾는 바다, 빨간 등대와 조개구이가 매력적인 오이도로 떠나보자.

섬인 듯, 섬 아닌 오이도

오이도

오이도가 다른 섬들과 차별되는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지하철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 4호선 오이도행 열차를 타고 끝까지 달리면 오이도역이 나온다. 물론 바다를 보기 위해서는 버스나 택시로 조금 더 이동해야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 거미줄처럼 연결된 지하철로 바다를 보러갈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다른 여행지가 가질 수 없는 매력이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보면 배나 교량을 통하지 않고 오이도로 갈 수 있다는 점에 의문이 생긴다. 분명 오이도(烏耳島)라는 명칭에 따르면 섬인데, 어떻게 육로이동이 가능한 것일까? 사실 오이도는 원래 4km 정도 떨어진 섬이었지만, 매립이 되면서 육지와 연결됐다. 갯벌을 메운 후 오이도 해양단지를 만들고, 기역(ㄱ)자 형태로 조개구이와 칼국수 가게가 조성돼 있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오이도로 보이는 섬이 문헌에 가장 먼저 기록된 것은 『세종실록(世宗實錄)』으로, 세종 30년 8월 27일에 안산군에 속한 섬인 오질이도(吾叱耳島)가 등장한다. 「지리지(地理志)」 안산군조에서도 오질애(吾叱哀)’가 봉화가 있는 곳으로 기록되어 있고,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안산 군조에도 ‘오질이도 봉수(吾叱耳島烽燧)’라는 기록이 있어 오이도의 옛날 이름은 오질이-오질애라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오이도가 까마귀의 귀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풀이는 고유어 ‘오질이’를 차자(借字)한 ‘오이(烏耳)’를 다시 뜻풀이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빨간 등대 너머 펼쳐지는 천의 얼굴

정동진에 모래시계가, 광안리 해변에 광안대교가 있어 각 장소를 떠올리게 한다면, 오이도를 대표하는 상징물은 빨간 등대다. 오이도의 빨간 등대는 2005년 어촌체험관광마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졌다. 횟집과 조개구이집이 촌을 이루는 어귀에 오이도 선착장이 있고, 그 앞에 빨간 등대가 서 있는데, 그곳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멋진 풍광은 낙조다. 정동진에서 해가 떠오르는 일출이 최고의 볼거리라면, 오이도에서는 일몰이 있다.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바다로 퐁당 떨어지는 오이도 일몰은 “정동진에는 해돋이가 있고, 오이도에는 해받이가 있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유명해졌다. 오이도 낙조는 소래산망주, 염전허사계, 옥구정망월, 물왕수주영, 호조추야수, 관곡지연향, 군자봉선풍, 월곶귀항선과 함께 시흥9경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이처럼 낙조 때의 오이도는 다른 시간대에 볼 수 없는 색다른 모습이지만, 또 다른 얼굴도 있다. 낙조 외에도 물때에 맞춰 가면 갯벌뿐인 바다에 물이 밀려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이처럼 물때와 일몰 시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여 오이도를 ‘천의 얼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이도

오이도 포구 물때

음력 날짜물 때시간
9일, 23일조금
10일, 25일한물
11일, 26일두물
12일, 27일세물12시
13일, 28일네물12시 40분
14일, 29일다섯물1시 20분
15일, 30일여섯물2시
16일, 1일일곱물2시 40분
17일, 2일여덟물3시 40분
18일, 3일아홉물4시
19일, 4일열물4시 20분
20일, 5일열한물5시
21일, 6일열두물5시 40분
22일, 7일열세물6시 20분

오이도 하면 조개구이, 도대체 왜?

오이도 조개구이

오이도를 대표하는 음식, 바로 조개구이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오이도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조개구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따라오지만, 왜 오이도에서 조개구이가 유명한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빨간 등대 앞쪽으로 나있는 오이도 선착장은 과거, 배에서 바로 건져 올린 해산물을 조리해서 술과 함께 판매하는 어시장으로 꽤 붐비는 곳이었다. 지금 같은 조개구이 음식점이 없었던 시절, 천막을 친 노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바로 따뜻한 불과 연기로 손님을 유혹하는 조개구이였다고 한다. 지금도 노점이 있어 배가 들어오는 때에 맞춰 해산물 안주와 술을 판매하지만, 조개구이는 상권이 따로 형성되어 있어 가게에서 즐기는 경우가 많다. 가게마다 가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조개 종류를 직접 골라먹거나 g당 무게를 재서 가격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대중소로 나뉘어 금액에 차등을 주는 가격 구조다. 연탄불에 직접 가리비, 키조개, 석화, 새조개, 맛조개, 소라 등 크고 작은 어패류를 구워 맛볼 수 있고, 조개 종류에 따라 치즈가루를 뿌리거나 양념을 더해 더욱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석쇠 중앙에는 빨간 초고추장 양념에 키조개를 썰어 넣고, 조개에서 나온 육즙을 부어 끓인 국물을 곁들인다. 대하 소금구이와 바지락이 잔뜩 들어있는 해물칼국수도 오이도에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별미다.
조개구이 자체가 오이도에서 생겨나고 확산된 퓨전 조리법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오이도 사람들의 조개구이에 대한 애착은 대단하다. 1990년대 오이도 제방에서는 변변한 조리기구를 갖출 수 없었기 때문에, 화덕에 번개탄만 갖추고 조개를 구워 팔았다는 것이다. 지금은 방조제가 착공되고 상가동이 생겨나는 등 주변 환경과 형태가 많이 변했지만, 조개구이의 원류에 속한다는 자부심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조개구이를 먹으러 오이도로 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글·사진 : 박인혁
참고 : 시흥시 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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