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과 한(恨), 그리고 흥(興) 명량해협을 울리는 진도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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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아리랑

정유재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크게 물리친 울돌목. 울돌목을 사이에 두고 해남군 문내면과 진도군 군내면이 마주 보고 있다. 울돌목 위에 놓인 한국 최초의 사장교, 진도대교를 건너 진도에 이른다. 육자배기토리 위에 진하게 우러난 삶의 정수가 아리랑타령이 되어 흐르는 곳. 진도에는 그리움과 한(恨)마저도 흥(興)으로 승화시키는 힘이 있다.

예습으로 미리미리 진도를!
진도군은 국토의 서남쪽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섬이라는 진도(珍島)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200여 개 이상의 섬이 무리지어 있는 섬마을이다. 땅끝마을이라 일컫는 해남면과 바로 인접해있다는 사실로 짐작할 수 있듯, 국민 대부분에게 지리적, 심리적으로도 먼 곳이다.
서울에서 진도까지는 약 다섯 시간 반, 강릉에서는 여섯 시간 반, 부산에서도 네 시간 반가량이 소요된다. 긴 이동시간을 감수할 만큼 보배로운 섬, 진도에 대해 미리 살펴보자.
진도는 세 가지 보물(진도개, 구기자. 돌미역)과 세 가지 즐길거리(홍주(紅酒), 서화(書畵), 민요)가 유명하다. 진도의 자랑인 진도개는 섬이라는 환경덕분에 다른 품종과 섞이지 않은 순수혈통이 보존되고 있다. 주인에 대한 높은 충성심과 타고난 영리함, 민첩한 몸놀림이 두드러진다. 진도에는 이런 우수한 혈통을 연구, 개발하여 세계적인 명견으로 육성하는 진도개시험연구소를 갖추고 있다. 또 매년 11월마다(올해는 11월 4일) ‘전국 진도개 품평회’ 열어 우수성을 널리 알린다. 진도의 구기자는 난한류가 교차하는 해양성 기후와 긴 일조시간으로 효능이 남다르다고 알려졌으며, 파도와 물살이 강하고 청정지역에서 자라는 돌미역 또한 그 맛과 향, 식감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또, 임금님께 진상했던 붉은 전통주, 홍주(紅酒)도 진도에서 꼭 맛봐야할 명물이다.

진돗개와 진도개?
한글맞춤법 규정에 따르면 올바른 표기법은 ‘진돗개’가 맞지만, 천연기념물 등록이름은 ‘진도의 진돗개’이다. 진도군청에서는 원산지인 진도를 강조하는 의미로 ‘진도개’로 표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자연이 빚은 보물이 한눈에 보이는 섬
푸른 남해를 배경으로 드문드문 공기알을 던져놓은 듯 아름다운 섬들을 두르고 있는 진도의 경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바다 빛은 하늘빛을 닮다 보니, 하늘이 더없이 맑고 푸른 가을이면 남해 쪽빛도 깊어진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풍광을 제대로 즐기려면 가을이 제격이다. 붉은 단풍과 푸른 바다의 보색이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200~400m 사이의 높지 않은 산들이 어우러진 진도에서는 어느 곳에 올라도 수려한 경관을 즐기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진도타워 전망대에서 진도대교를 내려 보거나, 세방낙조 전망대에 올라 황홀한 일몰을 즐겨도 좋다. 회동까지 왔다면 모도까지 바닷길을 걸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혹시 물때가 안 맞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회동전망대에서 모도까지의 거리를 가늠하는 것도 권할만하다.
이 밖에도 진도에서 빠뜨리지 않고 챙겨봐야 할 명소를 진도 팔경으로 지정하고 있다. 삼별초 항쟁이 벌어졌던 남도석성과 용장산성, 소치 허련이 귀향해 작품 활동한 운림산방, 모도까지 걸어갈 수 있는 신비의 바닷길, 명량해전의 배경인 울돌목 해안 등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려울 정도. 관매도 해수욕장에서 바다를 가까이 느끼는 것도 좋지만, 여유가 된다면 유람선을 타고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을 둘러보는 관매 팔경을 빼놓지 말자. 섬에서 바다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바다가 숨겨놓은 섬의 색다른 일면이 보인다.

아픔을 함께 느끼고 치유하는 힘, 예술
진도에서는 글씨, 그림, 노래자랑을 하지 말라고 했다. 추사 김정희의 제자이자 남종화의 시조로 이름 날린 소치 허련의 고향이자 말년의 거처였던 운림산방을 중심으로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임전 허문의 작품을 전시한 소치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후로도 남종문인화의 정신적인 중심지로서 진도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도 전국규모의 공모전에서 수상한 우수 작가들을 보면 남도, 특히 진도지방 출신 작가의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진도에 흐르는 예술의 맥은 시각 미술뿐만 아니라 우리의 소리까지 와 닿는다. 강강술래를 비롯해 진도씻김굿, 진도만가(상엿소리), 남도민요 등 진도사람들이 뽑아내는 소리의 세계를 경험해볼 것을 추천한다. 특히 누구나 들으면 따라 할 만큼 널리 알려진 진도아리랑이 진도 소리의 백미다. 오랫동안 불려온 세월이 있어 주제도 가지각색이고 어느 상황에도 어울리는 가사가 있다. 진도아리랑은 독창으로 서글피 부르면 신세한탄조가 되고, 여럿이 함께 부르면 흥이 나고 힘이 솟는다. 차마 혼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인생의 곡절도 누군가가 함께 공감하고 따라 부르는 순간 이겨낼 힘이 생기는 우리 민족의 공동체 의식을 담은 노래이자 행위인 것이다. 한때는 유배지와 격전지로 사람들의 한이 서린 섬이었던 진도. 생명력이 강한 백성들은 바다를 상대로 땅을 일구고, 중앙의 문화를 빠르게 흡수해 섬에 문화와 예술의 씨를 뿌렸다. 미약한 힘이나마 서로 보태고 함께해 결국은 살만한 세상으로 바꾸어내는 것. 진도아리랑이 오늘날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진도아리랑

 

글 : 윤나래
사진 : 진도군청 주관 진도관광사진공모전(2010~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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