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천 마리 학이 날아오르면, 강원도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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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신년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나가기 마련이다. 괜스레 마음이 바쁘고 복잡한 1월이면 강원도 고성이 떠오른다. 고성은 사실 호젓해서 더욱 좋다. 널리 알려져 사람들로 북적이는 관광지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고성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호젓한 고성만의 매력. 1월이면 한 번은 고성에서 차분하게 마음을 다잡아보자.

하늘을 나는 학의 기품과 푸른 산골짜기

강원도 고성

고성의 가장 대표적인 명승지가 천학정과 청간정이다. 풀이하자면 각각 하늘을 나는 학과 푸른 골짜기라는 뜻이다. 바닷가 명승지에 정자가 놓이는 일은 전국적으로 잦다. 그런데도 관동팔경에 속하는 청간정과 1930년대에 세워진 천학정에는 유달리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청간정은 숙종, 송시열, 정철부터 전직 대통령들까지 많은 묵객이 거쳐 간 흔적이 남아있다. 천학정 역시 그 짧은 역사에도 상하천광(上下天光), 하늘과 바다에 맑게 갠 빛이 비치는 정자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높은 산도 아닌, 야트막한 벼랑 위 자그마한 정자들에 뭐 볼 일 있겠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두 정자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 그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은 바로 유리알보다 맑고 사파이어보다 푸른 고성 앞바다와 함께할 때다. 정자에 오르면 속이 뻥 뚫리는 바람과 확 트인 바다가 맞아준다. 겨울에 찾아도 날이 맑은 날은 바다가 눈이 시리도록 반짝인다. 끝없는 지평선을 바라보노라면 무수한 상념도 조용히 잦아든다.

1%의 경관! 별장으로 남북통일, 화진포

강원도 고성

두 정자를 지나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화진포가 나온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해 유명세를 탄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화진포 일대를 관광지구로 묶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름에는 해수욕장, 다른 계절에는 캠핑장이 북적인다. 과거 김일성 일가가 사용했던 여름 별장,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전용 별장, 자유당 정권의 실세인 이기붕의 별장 등 최고 권력자들의 별장이 자리하고 있을 만큼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생태박물관까지 4곳을 관람할 수 있는 통합 관람권을 판매하고 있으며 성인 기준으로 입장료는 3천 원이다. 아깝지 않은 경치를 보여준다. 고성을 찾았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화진포에는 동해 용궁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도 있다. 선박의 외형을 딴 화진포 해양박물관은 동해안에 최초로 세워진 최대 규모의 해양박물관이다. 패류박물관과 어류박물관을 갖추고 희귀 생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이중 압권은 어류전시관으로 천장까지 180도를 휘감는 300여 톤의 해저터널이다. 연중무휴로 운영되지만 겨울에는 5시까지 관람을 마쳐야 한다.

강원도만의 이색적인 풍경, 송지호

강원도 고성

송지호는 석호다. 석호는 모래톱이 강 하구를 막아 생긴 바다 호수로 주로 동해안에 형성된다. 고성의 화진포와 송지호 외에 강릉 경포호, 속초 영랑호와 청초호 등이 대표적인 동해의 석호다. 소나무와 잘 어우러진 송지호에는 욕심 많은 부자가 똥을 시주하자 스님의 법력으로 그의 집터를 호수로 만들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바다와 완전히 단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천에 의해 점차 소금물이 희석되고 있는 담수호지만, 해일이 칠 때는 바닷고기가 숨으러 들어온다. 민물고기와 바닷고기가 섞이는 독특한 생태계를 보여준다.
지금은 어종을 보호하기 위해 금지되어 있지만, 한때 낚시꾼의 어장으로도 유명했다. 겨울이면 또 다른 무리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바로 철새들이 찾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5층 전망대에서는 송지호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전면이 유리창으로 조성되어 있고, 아래층에는 새를 더욱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박제전시관이 있다.

놓치기 아쉬운 관광 포인트!
통일전망대
고성은 금강산 육로관광이 가능할 만큼 북한과 가까운 접경지대다. 맑은 날이면 금강산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지역의 통일전망대에는 없는 메리트다. 바다와 함께 어우러진 금강산의 풍경은 조선시대부터 우리 민족이 찾고자 했던 비경이다. 국토대장정을 하는 젊은이들부터 그리운 고향을 생각하는 실향민들까지 다양한 계층이 찾는 곳이다. 입장하기 위해선 출입신고를 하고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DMZ박물관
DMZ는 전쟁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장소에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꾀한다. 전시장 내부 역시 이런 대전제 아래 전시를 구성하고 있다. 외부 시설은 전쟁의 실상과 자연의 숨결을 피부로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생태연못과 야생화 동산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가 하면, 철책걷기체험, 탱크와 자주포, 대북심리전 장비가 한 편을 차지하고 있다. 진정한 평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과제들을 다시금 상기 시킨다.

왕곡민속마을
중요민속문화재 제235호에 지정된 전통마을로, 조선 후기의 가옥구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작고 소담한 마을이다. 규모가 크지 않아서인지 아기자기하고 고즈넉하다. 며칠 머물렀다가 떠나기 좋은 한옥민박집도 있다. 민박집에 따라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상설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월별 절기에 맞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마을에는 요즘 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디딜방아, 그네와 널뛰기, 전통한과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비수기 숙박료는 2만 5천 원에서 5만 원 선이다.

 

글 : 윤나래
사진 : 유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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