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에 매실피다
완연한 봄의 하동을 찾으면 줄지어 선 매화나무를 볼 수 있다. 봄을 알리던 새하얀 매화는 온데간대 없고, 푸릇한 매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은은한 매실 향기 따라 섬진강변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가벼워진 옷차림만큼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동은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구례와 광양과 마주한 곳에 자리해 있다. 지리산의 대담함과 섬진강의 고즈넉함을 모두 간직한 곳이, 바로 하동이다. 전라북도에서 시작된 섬진강은 하동에 이르러 강폭이 넓어지면서 강다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섬진강은 하동을 거쳐 남해로 흘러가게 되는데, 이 물길을 일러 ‘하동포구 팔십리’라 불렀다.
섬진강 따라 영그는 푸른빛
하동의 봄은 푸르다. 하얗게 피어난 매화가 떠난 자리엔 푸른빛 매실이 영롱하게 피어난다. 매실은 매화나무의 열매로, 3월에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5~6월이면 단단하게 열매를 맺는다. 매화는 동양화에 자주 등장하는 사군자 중 하나로, 추위를 이겨내고 이른 봄에 피어난 꽃이라 하여 절개를 상징했다. 영롱한 매화를 보내고 피어난 초록빛 매실은 더욱 단단하고 향기롭다. 봄이 오면 섬진강 주변은 피어나는 꽃들로 들썩인다. 매화, 산수유, 벚꽃 등의 봄꽃들이 거릴 채운다. 그 중에서도 도드라지는 꽃이 있으니 바로, 섬진강 매화다. 섬진강변을 따라 드라이브를 떠나면 매화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화나무가 본격적으로 하동에 퍼지기 시작한 건 1970년대부터다. 당시 정부에선 농촌을 대상으로 과일나무 심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쳤는데, 그중 하나가 매화나무였다. 일본에서 좋은 품종이 많이 들어와 우리나라에 널리 퍼지던 시기였다. 매화나무는 섬진강을 따라 하동과 광양에 집중적으로 심어졌다. 기후가 따듯하고 강수량이 많은 하동은 매화나무를 기르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이제 ‘하동매실’과 ‘광양매실’은 그 명성이 전국적으로 자자하다. 섬진강을 따라 달리면 수많은 매실 농장을 볼 수 있다. 은은한 향과 달콤한 맛의 매실이 궁금하다면 하동으로 떠나도 좋다.
지금은, 매실시대
어린 시절, 속이 불편할 때면 매실차를 타 마셨다. 매실 원액에 물을 섞어 얼음을 동동 띄운 매실차는 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우리네 선조들은 예부터 매실을 약재로 사용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매실이 갈증과 가슴의 열기를 없애는 약재라 했다. 엉뚱하게도 매실이 지금처럼 많은 인기를 얻게 된 것도 ‘허준’과 관련이 있다. 매화나무는 하동과 같이 온화한 남부지방에서만 자랄 수 있어, 일부 지방에서만 즐겨 먹곤 했다. 그랬던 매실이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오게 된 계기는 2,000년에 방영된 TV 드라마 ‘허준’의 공이 크다. 드라마에서 전염병을 앓고 있는 백성들에게 허준이 매실을 먹여 치료하는 장면의 방영 이후 수많은 매실상품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매실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매실주스, 매실농축액, 매실 절임류 등의 매실 상품이 등장했고, 큰 인기를 얻었다. 하동 매실은 유난히 향이 좋고 단단해 예부터 인기가 좋았다. 하동 매실로 담근 매실주, 농축액은 그 향이 깊고 맛이 달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실시한 ‘2013년 향토산업육성산업 추진실적 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하동 매실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하동을 가득 채운 초록빛
하동에는 매실만큼 유명한 것이 또 있으니 바로 하동 녹차다. 녹차는 하동이 자랑하는 최고의 특산물이다. 전체 농가 10가구 중 1가구는 녹차를 기르고, 하동의 녹차 재배면적은 전국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하동녹차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덖음’ 기술로 고급 녹차를 생산해내, 그 향과 맛이 깊고 진하다. 완연한 봄이면 매실과 녹차가 푸르게 피어나 하동을 가득 채운다. 특히 5월에는 하동 화동면에서 야생차 문화축제도 열린다. ‘천년의 향과 멋’이란 주제로 열리는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는 5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에 걸쳐 열린다. 이번 축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섬진강을 따라 떠나는 차 문화 기행으로 하동의 맛을 깊이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지금, 하동을 방문했다면 녹차와 매실로 온몸 가득 초록빛으로 채울 수 있다.
구경 한 번 와보세요~ 화개장터
봄이 되면 하동군 화개면 일대는 벚꽃이 십 리에 걸쳐 환하게 피어난다. 십리벚꽃길이라 불리는 이 길은, 사랑하는 청춘남녀가 손을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다고 해 ‘혼례길’이라고도 불린다. 하동의 십리벚꽃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영예의 1위로 꼽히기도 했다. 말하자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 바로 이곳이다. 십리벚꽃길은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약 10km가량 이어져 있다. 십리벚꽃길을 거슬러 오르면 쌍계사가 등장한다. 쌍계사 일대에는 우리나라 차 시배지가 자리해 있다. 쌍계사는 신라시대에 지어진 절로 당시 이 일대가 신라 불교의 중심을 이뤘다고 한다. 십리벚꽃길을 따라 난 반대방향에는 화개장터가 자리해 있다. 가수 조영남이 열창했던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그 화개장터가 바로 이 곳이다. 이곳은 김동리 소설 의 무대이기도 하다. 도로변을 따라 피어난 화사한 벚꽃잎과 옛 시골 장터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화개장터에서 국밥 한 그릇 후루룩 먹으며 여행의 마무리를 지어 보는 건 어떨까. 날씨만큼 마음도 훈훈해지는 여행이 될 것이다.
자료제공 : 하동군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