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 갈대의 흔들림 따라 떠나는 낭만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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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갈대

신경림 시인의 ‘갈대’라는 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이라는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속으로 조용히 우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갈대는 ‘외로움’, ‘고독’ 등 삶의 씁쓸한 부분과 참 많이도 닮아 있다. 깊은 가을의 한복판, 갈대를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엄청난 규모의 갈대 군락지, 순천만

가을 갈대

 
순천만을 수놓은 갈대 군락
순천만은 우리나라에서 갈대가 가장 많은 곳으로,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다. 갈대를 품고 있는 갯벌만 해도 22㎢에 이른다. 순천만에 도착하면 약 30만 평 규모의 갈대밭이 펼쳐진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 군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순천만을 처음 찾은 이라면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볼 풍경이 될 터. 거대한 갈대 군락이 햇살과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은빛, 잿빛, 금빛으로 모습을 달리한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순천만의 갈대는 가장 넓을 뿐 아니라 보전도 잘 되어 있는 갈대 군락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일대에는 갈대만 무성한 게 아니다. 멀리서 보면 갈대 군락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물억새, 쑥부쟁이 등이 무리를 이뤄 자라나고 있다. 갈대밭 너머에서는 불그스레한 칠면초 무리도 볼 수 있다. 순천만의 갯벌에는 온갖 바다 생물 또한 살고 있다. 실제로 참게, 짱뚱어, 맛조개, 참꼬막 등이 이곳에서 살아 숨 쉰다. 갈대밭 아래를 유심히 보면 퐁퐁 난 구멍 속에 손바닥만 한 게가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순천만, 그야말로 생명의 터전이자 자연정화의 공간이다.

어머, 이건 놓칠 수 없는 일몰이야!
사진작가들이 순천만에서 최고로 꼽는 장면이 있다. 바로 순천만의 일몰이다. 순천만의 일몰을 보기 위해서는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 있는 용산 전망대로 올라야 한다. 기나긴 갈대밭을 지나 완만한 경사의 흙길을 따라가다 보면 전망대에 닿는다. 전망대에 도착하면 사진에서나 볼 수 있던 순천만의 풍경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 편엔 바다 또 다른 한편에는 갯벌, 그 안을 빼곡히 메운 갈대. 순천만의 풍경은 복잡했던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힌다. 해가 지는 일몰시간이 다가오면 순천만의 풍경은 절정에 다다른다. 붉은빛 태양이 바다와 갯벌에 비쳐 시시각각 변해간다. 갈대가 절정인 가을에 이곳을 방문하면 갈대의 흔들림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순천만의 숨 막히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서는 순천만 노을길 여행, 순천만 생태정원여행 등 각각에 연령과 취향에 맞게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미리 확인한 후 준비하면 된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전남 순천시 순천만길 513-25(대대동)
061-749-6052 / www.suncheonbay.go.kr

죽음의 호수가 아름다운 갈대습지로! 안산갈대습지공원

가을 갈대

 
아름다운 습지공원으로 재탄생한 시화호
공업 도시로 널리 알려진 안산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갈대밭인 안산갈대습지가 자리해 있다. 안산갈대습지는 시화호의 수질개선을 위해 조성된 국내 최초의 대규모 인공습지다. 갈대는 수질정화기능을 가진 수생식물 중 하나. 한때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라 불리기도 했을 만큼 그 오염도가 심각했다.
그랬던 시화호가 현재 아름다운 갈대습지공원으로 재탄생 되었다. 물론 이곳은 하수 처리 외에 다른 목적도 지니고 있다. 자연을 접하기 어려운 도시민에게 자연 그대로의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생태계를 관찰하고 학습할 수 있는 교육 공간이 되어준다.
습지 내부에는 물이 정화되는 과정과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자연 관찰로가 놓여있다. 또한, 공원 내에 자리한 환경생태관의 전망대를 찾으면 각종 조류들은 물론, 습지 전체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멋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시화호 주변으로는 한해 총 15만 마리의 철새가 찾아든다. 이곳에서는 해오라기, 오리 등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환경생태관 옆쪽에 자리한 연못에서는 금낭화 등의 야생화도 관찰할 수 있다. 이곳 생태공원을 찾는 것만으로도 자연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안산갈대습지공원(시화호)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
041-481-3810 / wetland.iansan.net

갈대숲 따라 낭만시인 되기
안산갈대습지는 다른 이름으로 시화호갈대습지로도 불린다. 가을이면 습지 가득히 갈대가 들어찬다. 그 규모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한 눈에 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폭 2~3m에 이르는 갈대숲이 최대 10㎞가 넘게 펼쳐져 있다. 갈대 무리는 웬만한 사람 키를 훌쩍 넘어선다. 갈대숲을 더 가까이서 느끼기 위해서는 갈대 사이사이로 난 탐방로를 이용할 수 있다.시화호로 흘러드는 물은 모두 이 습지를 거치게 된다. 안산습지공원에서 시화호까지는 3㎞ 정도의 짧은 물길이 흐르고 있는데, 이곳 또한 갈대로 가득 차있다. 시화호 옆으로는 고층아파트와 거대한 공업단지가 들어서 있지만 이러한 풍경까지 모두 포용할 만큼 갈대밭의 위엄은 대단하다. 안산갈대습지를 따라 걷다 보면 누구나 낭만시인이 될 수 있다. 안산갈대습지공원에서는 탐방객들을 위한 전시물 및 야생화설명과 조류에 대한 생태 해설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신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습지가 왜! 중요한가요?
습지는 다양한 생물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한다. 습지의 얕은 물은 물고기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새들에게도 쉬어갈 수 있는 휴식처로의 역할을 한다. 습지 내에는 플랑크톤 등이 풍부해 습지 내 거대한 먹이사슬을 이뤄준다. 이렇게 습지에 살고 있는 동·식물, 미생물, 토양 등은 주변으로부터 흘러나온 각종 오염된 물을 흡수하여 정화시키고 깨끗한 물로 만들어 주는 자정능력도 지니고 있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물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글 : 최민지
자료제공 :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안산갈대습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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