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사이에서 찰칵! 벽화길 따라 감성충전 하세요

0 4215

여행지에서 빼먹지 않고 하는 일 중 하나가 사진을 찍는 일. 특히 ‘사진촬영’을 테마로 한 여행이라면 벽화마을은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힌다. 형형색색의 밝은 색감과 유쾌한 스토리가 웃음을 선사한다. 골목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파스텔 빛 이야기.

테마투어에서 소개할 벽화마을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벽화마을로 탄생하기 전, 달동네, 산동네로 불렸던 마을이라는 점. 칙칙했던 마을에 밝은 색채가 입혀지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아기자기한 마을의 골목 사이사이에는 그들이 품고 있는 스토리가 잔잔하게 이어진다.

고단한 삶이 담긴 이야기, 동해 논골담길
묵호등대마을의 역사는 묵호항의 역사가 시작된 1941년으로부터 시작된다. 가난을 이기고자 배를 타고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은 사람들이 묵호항 바로 언덕배기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시작한 것. 한 때 삼척과 태백의 석탄과 동해에서 생산된 시멘트를 묵호항에서 실어 나르며 전성기를 맞이했을 때도 있었다. 사람이 북적였고, 항구의 불빛은 꺼질 날이 없었다. 1980년대 이후 석탄산업이 무너지며 사람들도 떠났고, 불빛도 하나 둘 꺼지기 시작했다.
그랬던 등대마을에 요즘 들어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논골담길이 만들어지면서 부터다. 묵호항 주변에서 시작되는 논골담길 코스는 총 4개로, 가파른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묵호등대에 닿을 수 있다. 슬레이트와 양철 지붕을 얹은 집들로 빼곡한 논골길, 그 작고 가파른 골목길 구석구석에 묵호항을 배경으로 살아온 어르신들의 파란만장했던 삶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그들의 삶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논골담길 코스를 다 둘러보는 것이 좋다. 구석구석을 둘러보다 보면, 어르신들이 기르고 있는 텃밭도 여럿 볼 수 있다. 고추, 가지 등 텃밭 작물에서 그들의 소박한 삶이 느껴진다. 논골담길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건, 아래로 활짝 내려 보이는 동해바다다. 알록달록 밝은 색체의 벽화 뒤로 펼쳐진 푸른 바다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늑한 휴식이 된다. 논골담길 정상에 도착하면 등대마을의 상징 묵호등대도 볼 수 있다. 등대 앞의 널찍한 공간에서 시원한 동해 바다를 내려 보며 자유를 만끽해 보자. 단, 벽화마을을 여행할 때는 하나 주의할 점이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능한 조용히 말하고 움직이며, 집이나 건물에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강원 동해시 산제골길 1(묵호진동) / 033-530-2234(동해시청 관광진흥과)

고래가 뛰어노는 공간, 울산 신화마을

울산 신화마을

1인당 소득이 가장 높은 도시는 어디일까? 흔히들 수도인 ‘서울’을 떠올리기 쉽지만, 알고 보면 1인당 소득이 가장 높은 도시는 ‘울산’이다. 울산은 1960년 대 이후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며 한국의 대표적인 공업도시로 자리매김 했다. 화려한 성장 이면에는 어두운 면도 함께 존재했다. 1960년대 공단이 형성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도 함께 생겨난 것. 울산 신화마을은 당시 공단 이주민촌이 모여 살던 대표적인 산동네였다. 신화마을의 ‘신화(新和)’는 ‘새롭게 화합하여 잘 살자’라는 뜻으로, 당시 사람들의 정서를 읽을 수 있다. 벽화마을이 조성되기 전까지만 해도 마을은 오래되고 낡은 지붕과 벽체의 모습으로 허름한 모습이었다. 어두웠던 산동네가 바뀌기 시작한 건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의 배경이 되면서부터였다.
2010년 마을 미술 프로젝트가 펼쳐졌고, 뛰어난 역량의 작가들이 신화마을로 몰려왔다. 많은 이들의 손길이 모아지면서 신화마을은 거대한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담벼락마다 그려진 아기자기한 벽화는 신화마을의 우중충한 분위기를 싹 바꿔놓았다. 여행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찾는 이들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 마을을 지키는 대형조형물과 골목사이 사이에서 밝은 색채의 해학적인 벽화를 볼 수 있다. 골목마다 주제를 달리해 동화의 골목, 동심의 골목, 시의 골목, 음악의 골목 등 지루할 틈이 없다. 고래가 유명한 지역인 만큼, 고래를 이용한 벽화와 조형물도 눈에 띈다.

울산 남구 여천로 66번길 7일대 / 052-226-5413 / www.ulsannamgu.go.kr/sinhwa

한옥마을에 피어난 꽃, 전주 자만벽화마을

전주 자만벽화마을

‘전주’하면 한옥마을을 빼놓을 수 없다. 고전미 가득한 전주한옥마을 근처에서도 아름다운 벽화마을을 만날 수 있다. 한옥마을에서 벽화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오목대와 이목대를 연결하는 다리만 하나 건너면 된다. 자만마을이 벽화마을로 탈바꿈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작년 2013년의 일이다. 자만마을은 그저 평범한 달동네로, 150여 가구가 촘촘히 들어서 살고 있는 마을이었다. 산자락에 자리한 자만마을은 주변 환경의 노후화로 주민들의 불편이 컸다. 이에 전주시는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자만마을을 꾸미기 시작했다.
마을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도 고려했다. 화려한 채색의 벽화는 칙칙한 동네 분위기를 뒤바꿔 놓았다. 그 누구도 찾지 않던 가파른 산동네가 이제는 연간 100만 명이 넘게 찾는 인기마을이 되었다. 한옥마을을 찾는 이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코스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자만마을 골목을 누비다보면 어느 곳 하나 빈틈없이 벽화로 메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정성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 골목길 주택 40여 채 곳곳에 따듯하고 생동감 있는 꽃이 그려졌다. 동화, 풍경 등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 디자인이 벽화 속에서 피어난다. 아기자기한 벽화는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벽화 마을 사이사이엔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상점도 있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아늑한 쉼터도 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

 

글 : 최민지
사진 : 이대(동해), 이현정(울산), 윤나래(전주)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남기기